비가 젖어든다..

부쩍 드는 생각 하나. 다른 재주가 있었으면 어땠을까.

알록달록한 새 크레파스가 좋아서 시작되었고 어릴 적 맞벌이로 인한 엄마의 부재에 못견디는 나를 위로하려 그림을 그렸고, 잘 그린다는 칭찬이 좋아서 계속 그렸고 그러다 보니 꿈이 생겨 그렸다. 결혼을 해서는 오기로 그렸고 다음엔. 아이의 부재.. 그리고 다시 꿈을 찾아.. 그리고 또 그렸다. 어떤 일정한 자금이 뒷받침 된다거나 작품 판매가 많은 인기작가의 행운은 따라 주지 않았지만 나의 오기와 욕심. 젊음이 나를 지탱해 주었다.  불과 일년전 부모님의 어려운 현실적 상황에서 함께 힘들어 할때도 나는 그림그리는 일을 놓지 않았었다. 오히려 잡념을 이기는 데에는 그만한 것이 없었다.

요즘.  나는 그만 두어야 할때를 생각한다. 지금 당장이라고 안그리면 되는 거지. 뭐 날짜를 정해 요이 땅 ! 하는 것도 아니고...  다시 머리끝이 땡긴다.

미술경제가 안좋다는 이유는 나를 멈추게 할 요인이 못된다.  그것은 아니다.

이유를 찾고 있다. 그만 두어야 하는 이유.  계속 그려야 되는 이유.

....

재주가 없다.  다음 세상엔 쭈쭈빵빵  울트라 캡숑으로 재주 많은 가시나로 태어나 실컷 요란하게 살아 볼란다. 미련 곰탱이 마냥  재주 하나 없다.

오늘도 눈물 날 만큼 눈시럽게 그림만 쏘아 보다 집에 가겠지  ㅠㅠ   씨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