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마지막 개인전을 시작해두고 긴장이 풀렸는지 어김없이 몸살 시작이다. 올해만 개인전을 세번 치루니 꼴이 말이 아니다. 아침약속인 베이커리 알바를 빠질수 없어 나오긴 했지만 눈이 제대로 떠지질 않는구나. 커피도 두잔을 마셨는데 도통 정신이 들지 않는다. 가만 창문을 보고 있자니 여러가지 생각이 든다. 두눈이 보이지 않는 장애의 백발노파를 붙잡고 다니던 젊은 청년이 몇달째 보이지 않는다. 아들일까? 무슨일이 생긴걸까? 눈이 소복히 쌓였던 작년 추운 겨울날에도 어깨를 웅크린채 맨발의 슬리퍼차림으로 노파를 붙잡고 횡단보도를 건너 오던 그였다. 그의 표정은 항상 슬프고 어두웠다. 창피한걸까? 아버지가 없는 지금이라면 행복할까? 그러고 보니 정신적 장애를 가진 고도 비만 아들을 데리고 오시던 아주머니도 요즘 보이지 않는구나. 행동이 크고 목소리가 큰 아들을 제어하면서 그녀는 항상 초조해 보였다. 자식과 부모..
내가 일하는 베이커리 창문으로 아버지가 일하시는 주유소가 보인다. 마당을 쓸고 계신다. 아버지 머리 위로 노오란 은행잎들이 떨어진다. 힘드신데.. 오늘따라 은행잎이, 겨울이 야속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