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이름은 두개다. 종분이와 귀련이.
둘다 이쁘다. 사랑스럽다. 종분이는 종달새처럼 느껴지고 귀련이 연꽃이 느껴지니까. 개인적으로 나는 종분이란 이름이 더 좋다.
할머니는 몇해전부터 미스터 알츠하이머랑 사귀신다. 사랑하면 아이가 된다했던가.
어제는 엄마가 대전으로 할머니를 뵈었다.
' 어..어...이게 누구여?..우리 옥희네..앙~~'
그러고는 아이처럼 우셨다.
종분씨는 다시 엄마보다 한참 아래인 이모에게 묻는다.
' 니가 언니지?'
엄마가 할머니께 묻는다.
' 엄마. 내가 언니지. 내 나이가 몇인줄 알어?'
'...40?'
'아이고~ㅎㅎㅎ 내딸이 마흔이여ㅎㅎㅎ'
할머니의 딸은 늙지 않는다. 할머니도 늙지 않는다. 그렇게 예쁘다.
할머니는 이별의 순간에도 아이처럼 우신다.
이별은 슬픈거니까. 어미는 새끼가 가까이 있어도 그립다. 사랑이다.
오늘아침 마당의 넝쿨장미가 할머니를 닮아 보인다. 참 붉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