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여행의 여독이 아직 풀리지 않았다.
늦은 아침을 맞이하고 밀린 빨래도 했다. 다시 지금 와인을 넉넉히 마시고 돌아와 드로잉을 하려니 생각이 많아진다. 사진첩을 보다가 한국에서 언니가 보내준 조카들 사진을 봤다. 내가 가슴 시리게 사랑하는 아이들.
언니말 안들은 어느날 장난감이랑 옷가지들 싸서 하남 이모가 없는 할머니댁으로 보내질 운명에 처한 상황이다. 아이들의 표정에서 내 어릴적 순간과 닿았다.
어느 상황에도 화 한번, 매 한번 들지 않던 엄마는 언니와 내가 싸우는 날에는 어떠한 이유에도 두자매를 함께 혼을 내셨다. 회초리를 꺾으러 뒤산을 올를때 나는 언니에게 의지했다. 언니는 내가 아프지 않도록 최대한 약하게 생긴 매를 꺾어 주었다.
그런 언니가 수년후 나의 금쪽같은 조카들 둘을 내쫓는다. 같은 가르침 이겠지..
와인 덕분인지 두눈이 금새 뜨거워진다.
오늘 밤 만 쉬고 내일은 다시 착하게 못생긴 드로잉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