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할머니가 하늘나라로 가셨다.
나는 이곳 빠리에서 한국으로 가지 못했다.
할머니는 나에게 미움의 근원 같은 존재였다.
모자란 막내아들이 아픈 손가락이었던 할머니는 나에게 나의 아버지를 힘들게만 하는 어미이자 내 엄마를 눈물짓게 하는 상대였다. 나는 그런 그녀를 사랑하지 못했다. 하남으로 이사 오는 날 할머니는 그렇게 막내아들을 따라 가셨고 그 이후로 뵙지 못했다. 아니 뵙지 못한 것이 아니라 가족 중 나만 유일하게 할머니를 사랑하지 않았다. 내 마음에 사랑이 없는 유일한 부분.
아버지는 몇년 전 결심대로 2일장을 하셨다. 가족만 알리고 가족만 참석했다. 그렇게 할머니는 내가 없는 한국에서 88세로 운명하시고 내가 없는 내집 하남으로 오신다. 작은 몸 작은 함에 고운 가루가 되어 내집으로 오신다. 나는 빠리에 있다.
내 기억 넘어 설탕같이 고운 밭을 일구시던 할머니의 모습만 기억하길..
부디 좋은 곳. 편히 쉬세요. 나의 할머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