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아비를 마음을 다해 섬겼던, 여장부 이셨던, 자식밖에 몰랐던..

김귀련 여사님. 나의 외할머니이시다.

외할머니가 요즘 위독하시다. 일주일이 넘도록 아무것도 드시지 못하고 물 한모금 넘기기 힘이 드신다 하였다. 오늘 엄마는 외할머니에게 가신다. 오래전 외할머니처럼 이모들에게 줄 야채며 나물을 싸가지고 가신다. 여러날 동안 엄마는 외할머니 생각에 눈물을 흘렸다.

엄마는 오늘 하루중 어느 시간 눈을 잠시 뜨고 엄마를 알아보실 그 순간을 기다리시겠다. 마음이 아프다. 멀리서도 보이는 듯 그리는 듯 마음이 저린다. 난 아직 준비가 안됬다. 할머니를 뵐.

외할아버지 제삿 날 초고추장에 빨갛게 무쳐진 회무침을 입안 가득 넣어 주시는 이모 곁에서 무심코 던진 내 이야기에 갑자기 웃으시던 할머니. 나를 보면 항상 웃는, 우는 외할머니의 모습. 간직하고 싶다.

무너진 할머니를 뵐 용기가 나에겐 아직 없다. 기다릴 시간은 있는걸까. 용기를 낼 시간이 없다.

할머니밖에 몰랐던, 딸들을 사랑했던, 아빠를 아들로 여겼던, 장난감 사달라고 울며 떼쓰는 나를 자전거로 태워 시장에 가셨던, 내가 대학을 갔다고 우시던, 내 전시와 내 사랑하는 남자를 보여드리지 못했던...나의 외할아버지 곁으로 가시려고 하는 길.

 

슬프고 슬프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