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으로 가는 길.- 시작.
나는 아들 귀한 집 막내딸로 태어났다. 할아버지는 내가 태어나던 그 날 사주 좋은 시간을 지키기 위해 밀려나오는 나를 참고 진통하는 엄마 곁을 지키고 계시다가 내가 딸로 태어나던 순간 가지고 오셨던 보약도 직접 건네지 않으시곤 그 자리로 할아버지 댁에 내려 가셨다.
결과는 그러했으나 사실 내 생명의 첫 번째 은인은 할아버지시다.
엄마는 언니를 낳고 정말 딱 일년만에 나를 가지셨다. 언니 생일과 내 생일이 같은 달이고 7일과 22일이니 정말 딱이 딱이다. 엄마는 입덧이 너무 심하셨고 토하다 쓰러지면 병원으로 가 영양제 맞고 간신히 살아나 집으로 돌아오기를 반복하셨다. 심적 부담감이 커진 어느 하루는 큰 결심을 하시고 나를 다시 별로 만드시려 하셨지만 할아버지가 나를 낳지 않는다면 다시는 아이가 없을 것이며 큰 후회를 할 것이라 혼을 내셨다. 혹시나 내가 아들일지 모른다는 흑심을 가시고 하신 말씀이라 생각해도 나는 할아버지 덕분에 살아낼 수 있었다.
20170425.
공사 첫날. 오늘 할아버지 생각이 문득 났다.
중요한 일이 시작이 되면. 무서운 생각이 들면. 하늘에 계신 할아버지에게 도와달라고 중얼 거리는 내 버릇은 생명의 은인에게 책임을 지라는 일종의 협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