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으로 가는 길 – 버림으로 시작.

나는 어릴 적부터 백화점과 마트가 가까이 있는 아파트에서 살겠노라 떠들었다. 아파트라는 이유는 단순히 ‘화장실’ 때문이다. 어릴 적 서울에서 대전으로 내려가 할아버지 댁에서 살았는데 그 동네 제일 큰 신식집이였으나 화장실이 집안에 없었다. 넓은 정원 연못 사잇길로 지나 집이 끝나는 지점에 화장실이 있었다. 옛날 말로 푸세식 화장실이였고 어린 나는 화장실 가기가 너무 끔직했다. 비오는 날에는 우산을, 저녁엔 손전등을 가지고 가야했다. 화장실에 사는 빨간휴지주까 파란휴지주까 귀신 때문에 소변을 참기 일쑤였고 이불에 실수가 잦았다. 이렇게 화장실 트라우마가 생겼다. 아파트로 이사 온 후 깨끗한 화장실은 아파트고 아파트는 깨끗한 화장실이였다.

지금 나는 작업실과 방과 주방. 깨끗한 화장실을 만들어야 한다.

정말 내 화장실을 갖는 것이다.

20170501

터 다짐이 끝났다. 집을 세울 기둥을 따라 길을 만들고 “버림콘크리트”를 했다.

버림콘크리트는 튼튼한 집을 위해 철근작업등 여러 가지 작업을 하기 전 수평을 잘 맞춰 바닥을 고르게 하기위해 저강도 콘크리트를 붓는 것이다. 바닥의 경계선이 확연히 들어났고 일하시는 어르신들이 버림은 드디어 집을 짓는 시작이라고 하셨다.

버림은 시작이다. 내가  파이팅! 하며 주먹불끈 쥐고 소리치자  어르신들이 웃으셨다. 쉬시는 동안 망고 아이스크림을 달게 드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