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는 물었다.

이모. 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이 있어. 뭐부터 들을래?

맞다. 짧은 하루에도 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이 수 없이 교차한다.

8살 조카의 하루도 성인이라는 나의 하루도 그렇다.

집을 짓는 곳과 그림을 그리는 곳을 달리 다니는 요즘 나의 마음은 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으로 하루종일 싸운다. 몸이 고됨보다 마음이 고되다.

하루를 그림 그리며 내가 정한 규칙으로 잘 짜여진 내 일상은 깨졌고 집을 짓는 곳을 다니면서 체력도 바닥났다. 원하는 것은 끝이 없고 원대로 되지 않는 일도 끝이 없다. 적절한 한계를 정하고 인정하는 일들이 하루에 수없이 반복된다. 어쩌면 무엇을 위해, 다 가질 수 없는 것을 배우는 일은 어릴 적부터 해야 했던. 일종의 살아가는 법칙일지 모른다.

나쁜 소식은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시간이 짧아져 집중에 실패하면 그릴 수 없다는 것이고 좋은 소식은 다음 전시 준비를 하기엔 시간이 아직 있다는 것이다. 나쁜 소식은 집이 다 지어지려면 더 시간이 필요해 깨어진 내 일상은 계속되어야 한다는 것이고 좋은 소식은 집이 지어지면 더 이상 그 많은 그림들과 떠돌아다니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곧 끝이 난다고 끝날 싸움이라고 나를 내 마음을 다독이는 일상. 나를 지키는 일.

20170509

다시 그림 그릴 준비를 마치고 무엇이 떠오르기를 기다린다.

기소를 마치고 잘 마르기를 기다린다. 투표를 마치고 결과를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