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엄마가 일 하시러 나가시고 안계신 방에 들어가 장롱 문을 열고 긴 옷들이 주렁주렁 달린 깊숙한 그곳에 몸을 숨기곤 하였다. 숨을 깊게 들이 마시면 나프탈렌 냄새 사이 엄마를 느낄 수 있는 보드랗고 따뜻한 냄새를 맡을 수 있었다. 그렇게 마음을 오랫동안 달랬다. 빼꼼히 나와 커다란 거울이 달린 화장대에 앉아 엄마의 꽃분홍색 립스틱을 바라보고 망설이고 망설이다 내 입술 가득 꽃처럼 발라보기도 하였다.

그림 아버지의 장미무덤에 엄마의 꽃을 달았다. 그래야 할것 같았다.

하루종일 엄마를 기다렸다. 언젠가 퇴근 후 맛있게 저녁을 드시고 계셨던 엄마를 두어번 불러보았지만 대답을 하지 않으셨고 나는 곧장 서운한 마음에 집을 나갔다. 집 앞 밭두렁 넘어 숨어 앉아 멀리 사라져야겠다 생각하고 눈물을 훔치고 있는데 엄마가 나를 찾는 소리가 들렸다. 언제 그랬냐는 듯 나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뛰어 집으로 다시 돌아가 엄마 품에 안겼다.

 

엄마는 내 외로움이였고 그 외로움은 지금 내 그림의 바탕이 되었다. 모든것에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