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오는걸 몸둥이가 먼저 알아챈다. 바쁘다고 앞만보고 작업실에 쳐박혀 여름과 씨름하느라 가을이 와도 몰랐다. 하고 싶은대로 다하고 나니 가을 길목 어디쯤 서있다. 벌써 찬바람에 따뜻한 구석을 찾고 붉은빛 뿜어내는 난로를 꺼냈다. 열정의 온기로 뜨거웠던 작업실 바닥이 썰렁해 양말을 신었다.
전시시작 전 설레임과 두려움으로, 마당 앞 큰 상수리 나무 도토리 뚝뚝 마당에 떨어뜨려 겨울이 곧 온다고, 혹 내가 모르는 실수가 있을 지 모른다고, 아프게 베인 상처 피부에 고스란히. 흉보지 마세요. 10월 12일. 피고지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