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의 외박으로 혼자 작업실 문을 열었다. 1층 그의 작업실에서 올라오던 난로의 훈훈한 느낌과 라디오의 노랫가락이 들리지 않는 아침이라 오늘은 내 작업실 블루투스로 라디오를 켰다.
작업을 하다 라디오 소리가 큰건지 귀에 거슬린다. 소리를 줄여도 거슬린다. 아마 나는 건너 건너 슬쩍 귀너머 듣는 것을 좋아하나 보다. 어릴적 나도 그러했다. 어른들 따뜻한 아랫목 이불에 발만 집어 놓고 무슨 이야기를 자자하게 하거나 집안 손님들 북쩍이는 어귀어귀 사람들 덩어리들 사이 나는 거기에 눕거나 앉아 딴짓을 하며 귀동냥을 했다. 나에게 곧 들이 닥칠리 없는 먼 세상 이야기는 가슴 조릴 일도 없고 힘들일도 없으며 웃스게 소리에 뭔지 모르고 따라 웃을 수 있었다.
적절한 거리를 이만큼 떼어 놓는, 함부로 안아 내 속안의 사람으로 만들지 못하고 적절히. 1층과 2층처럼. 귀만 귀울여 그런데로 너무 고독하지 않게. 그게 나인가 싶다. 나는 그렇게 상냥한 사람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