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랜 바램이 있을까.

할머니를 이어 엄마로 그리고 나에게 오는 바램이 있다. 입으로 딱 떨어 내 뱉을 수 없는 무형의 바램들은 여자로 엄마로 딸로 이어진다. 그 바램들은 세월의 변화 속에서도 무던히 바래지 않고 흘러 스민다. 내가 나임을 깨닫기 전 스몄던 바램들로 내 길이 정해진 듯 세상 똑같은 여자의 길로 들어섰다. 살다보면 내 뜻과 상관없는 별안간 일들이 생기는 지라 할머니가 살 듯 엄마가 살 듯 나는 그렇게 살지 못했다. 무던히 노력했지만 그 속에서 나는 나를 찾았다. 채워지지 않았던 별안간의 일들로 인해 오히려 스민 바램들에서 빠져나와 나의 바램이 생겼다.

 

단지 할머니의 바램과 엄마의 바램을 그리며 내 바램을 그리는 것은 바래지 않은 바램 때문이다. . 나의 꿈. 이불 깊숙이 감춰 눈을 감아야 그려 낼 수 있는 꿈. 그것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