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는 이곳은 겨울이 길다. 봄의 상징처럼 피는 벗꽃은 다른곳이 지는 5월에 흐드러진다. 작가로 살아가는 나도 계절로 치자면 겨울이 길다. 삶은 내가 정한대로 흐르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가는 세월속에 마흔이 훌쩍 넘어 더 확실해졌다. 그것이 절망적이지만 않은것은 어차피 내맘대로 될것도 아니고 누가 정한대로 될것도 아니라면 그냥 나 좋은일 계속 해도 괜찮다는 것에 겨울이 지나 벗꽃보다 먼저 만나는 꽃들처럼 한가닥 희망을 걸고 싶다. 나는 더없이 초라하지만 나를 사랑하고 그러므로 자신있다. Y는 매번 어디서 그런 자신감이 나오는지 어이없어 하듯 말하지만 나는 정말 어이없이 그렇다.

 

자신감이 내 호주머니속에서 나오지 않는 날에는 정말 죽어 먼지로 사라지고 말것 같으니 계속 나는 어이없이 자신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