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에 봄이 지난해들보다 일찍 찾아왔다.
아침에 걷다가 나른한 봄빛에 몸이 녹는다. 초등학교시절 학교를 갈때 느껴봤던 저 기억 너머 그 햇살이였다. 나는 등교시간이 중요하지 않았다.그저 그 시간엔 도착해 다른 아이들처럼 교실에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가벼운 무거움이 있었고 그 규칙을 꼭 지켜야 할 의무감을 전혀 의식하지 못했다. 느리적느리적 걸었던 시골길에서 새소리. 농기계소리. 개짖는소리. 바람부는 소리.그리고 봄볕 내는 소리를 들으며 이따금씩 나무도 보고 꽃도 보고 하늘도 보았지만 주로 나는 앞이 아닌 땅을 보고 걸었다. 땅을 보고 걸으며 생기지도 않을 상상을 해댔다.
지금도 나는 혼자 걸을때면 초등학교 시절 나로 돌아가곤 한다,
봄에 바람이 많이 부는것은 아직 잠이 덜깬 나무들을 깨우기 위함이란다.
나에게 부는 바람도 그럴까.
잊고싶은 과거. 잊고싶은 사람. 잊고싶은 순간. 잊고싶은 사건들은 잊혀지지 않을테고 기억하고 싶은 것들은 사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