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흰 갤러리는 5월 2일부터 31일까지 박성수(1975~) 작가의 개인전을 개최한다.
‘황홀한 고백’이라는 야심 찬 전시 제목은 모두에게 그림을 통해 바치는 ‘사랑’으로 귀결되는 헌사이다. 단, 이 사랑은 그 이면의 외로움과 그리움에서 시작된다.
특히 빙고(개)와 모모(고양이) 캐릭터가 펼치는 재기 발랄한 사랑 이야기 역시 연인에 대해 애정, 연민, 질투 등 복합적인 감정선의 밑바닥을 딛고 올라선 것이다. 이번 전시《황홀한 고백》에서 주목할 점은 그동안 캐릭터에 가려진 작가의 진솔한 감정선을 ‘손목’이라는 소재를
통해 드러내고 있다는 것이다. 박성수 작가는 작가의 할머니와 어머니가 여성으로서 겪은 삶의 애환과 무게들이 바탕이 되어 생긴 바람들이 시간이 지나 현재 자신에게도 전해짐을 깨닫는다. 그 순간을 맞이하면서, 자연스럽게 그들의 이야기이자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자 다짐했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손목’이다. 작가는 손이 행하는 제스처는 말과 표정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실제 자신의 손을 소재로 삼아 마음 속 내밀하고도 깊은 이야기들을 표현할 수 있다고 믿었다.
손목이 등장하는 대표작 중, 〈바래지 않을 바람들(Eternal Wishes)〉와 〈기억의 덩어리(A Mass of Memory)〉는 집안 여성들이 서로에게 건넨 기복(祈福)과 가족이 함께 기억할지 모를 집 앞마당 수국이 손목과 함께 어우러진다. 《황홀한 고백》에서 박성수 작가는 폭 100cm 이상 캔버스 작품 6점을 비롯하여 소품과 드로잉 26점을 선보인다. 그리고 작가가 직접 드로잉하고 구워서 제작한 컵, 접시 등 도자 작품 33점도 함께 선보인다.
박성수 작가는 ‘과수원‘이라는 작업실 이름처럼, 붓질을 통해 자신을 둘러싼 바람의 근원을 찾아 오히려 그들의 상처에 물을 주고 공기를 불어넣는다. 그런 점에서 손목은 세상을 향해 자신을 드러내는 용기있는 ‘고백’이며, 빙고와 모모 캐릭터 역시 삶의 연민을 주제로 한 우화라고 할 수 있다. ( 라흰갤러리 박정원큐레이터 )